밤에 언덕을 넘을 때면 늘 무서웠다고 했습니다
없는 빛을 긁어 모아 보면
꼭 하나 있는 희끄무레한 것이
무서웠을 일입니다
느티나무 할머니부터 세어도 그만두기전에 세어져서
둘 셋 떠날 때마다
굳이 이야기를 지어내는 밤
서른 해가 다 지난 곳에는 아직도
빨간 글씨로 우루과이 라운드
밤에만 빨간색입니다
이야 아직도 있네 아직도 우리가 떠났기 때문인가
꽤 오래 되었는데
아빠는
집을 밝혀야 해서
언덕은 꼭 넘어야 했을 것입니다
글씨가 빨갛지 않던 때에도
싣고 가던 빨간 것들이 모조리 쏟아져도
(그날 아버지는 한 번 부활했다)
똥을 팔다 떠난 아저씨 냄새가 스산해도
너스레와 함께 그저 괜찮을 일인데
언덕은 무섭다고 했습니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