냉장고를 고쳐보겠다고 벽장마저 다 뜯어내다가 기어이 쓰러트리지 내 그럴 줄 알았다 그 바람에 생긴 상처 피는 방울 방울 떨어지는데 역시 못 내 서러운 것을 보니 혼자 사는 것은 어려운 건가 보다 하고 마침내 찾아낸 콘센트 전원이 빠졌겠지 하는 헛된 희망을 비웃네 켜 질 생각을 안 하네 꿋꿋하게 먹통이네 빌어먹을 냉장고네 냉장고 때문이네 요즘 내가 겁도 많고 말도 많고 슬픔도 많은 까닭은 아마도 냉장고 때문이네 냉장고는 내 친구가 아니니까 탓을 해도 괜찮을 법이지 그런데 말이야 냉장고가 혹여 서러우면 어떻게 하지 버려질 것을 알고 정말 서러우면 어떻게 하지 어쩔 수 없지 누구나 다 그래 사람도 그래 사람도 버려져 사람도 버려지고 냉장고도 버려져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해? 그건 상자 안에도 없어 들여다 봐도 알지만 안 봐도 알아 이제 어른이 됐구나 상자를 떠올려 봐도 그저 그렇구나 그래도 냉장고는 늘 여는 것이 재미있어 기대가 되지 넣어두고 까맣게 잊어버리는 건데 그게 언제나 좋지 재미있지 그러니까 말이야 아! 냉장고구나 아 냉장고가 내 상자였구나! 다 고장이 나고 나서야 알았구나 고마웠구나 아! 왜 나는 다 지나고 나서야 아! 하고 아는 것만 수두룩하게 있는 것일까 왜 그럴까? 사람 고쳐 쓸 일 없다 하고 사람들은 희망을 자꾸 버리네 그러니까 사람들 대신 나라도 좀 희망을 갖자 나라도 나를 좀 고쳐보자 사람 나 작가 그래 작가는 언젠가 비행을 하다가 사라졌다 하고 말하자면 꼭 자신이 적은 말처럼 되었다는 것인데 그럴듯한 이야기지 참 그렇지 그런데 그런 것도 좋으니 말처럼 되는 일 있으면 좋겠다 언젠가 나도 말처럼 될 지 모르니까 앞으로는 좋은 글만 적어야겠다 무엇이 어찌 되었던 결국에는 모두 행복했습니다 하고 써야겠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