엽서

시대가 바뀐 후로 우체통을 너무 자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

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일어날 수 있는 일과 실제로 일어난 일

구분하는 방법을
자연스럽게 잊게 되었다

우체부가 우체통을 찾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뜸했던 때가 있었다 재수가 없다면 하루를 꼬박 기다려야 했던 일이다

무엇이 더 좋은 일인지 물어보았다

하루가 온통 그리움이 되는 것은 요즘 시대에도 있는 일인데

지도사

가을이 다시 찾아오면 저는 아무 일 없이 그 언덕에 갈 거예요 걸어가기도 거추장스러운 곳에 굳이 갔던 일도 다시 알겠죠 기억을 자꾸 다시 알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안다 하는 것은 잊었다 하는 고백입니다

좋았던 것으로
참으로 볼 폼이 없이 희끄무레해지는 것으로

잘 목격하고
증인도 될 수 있는 일이라서

다시 알을 요량이고

그리 마지막 문을 닫는 것은
나의 몫으로 하고

동이 틀때까지

밤에 언덕을 넘을 때면 늘 무서웠다고 했습니다
없는 빛을 긁어 모아 보면

꼭 하나 있는 희끄무레한 것이 
무서웠을 일입니다

느티나무 할머니부터 세어도 그만두기전에 세어져서

둘 셋 떠날 때마다
굳이 이야기를 지어내는 밤

서른 해가 다 지난 곳에는 아직도
빨간 글씨로 우루과이 라운드

밤에만 빨간색입니다

이야 아직도 있네 아직도 우리가 떠났기 때문인가
꽤 오래 되었는데

아빠는
집을 밝혀야 해서

언덕은 꼭 넘어야 했을 것입니다

글씨가 빨갛지 않던 때에도
싣고 가던 빨간 것들이 모조리 쏟아져도
(그날 아버지는 한 번 부활했다)
똥을 팔다 떠난 아저씨 냄새가 스산해도

너스레와 함께 그저 괜찮을 일인데

언덕은 무섭다고 했습니다

잊은 것들 사세요 1

얼굴이 보이지 않았던 때가 분명히 있는데 기억이 하나도 나지를 않는 것입니다 잊다 말고 할 때와 하려다 말고 잊을 때도 있었는데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기억이 안나서 해 지는 시장에 계속 방문하는 것입니다 

당신은 언제쯤 오던가요? 

기억이 안나서 그냥 시장에 계속 있겠습니다

말린 미소가 떨어질 때 쯤에는 왜 해가 지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고 그러면 미리 잊어버리는 법에 대해 다시 공부할 것입니다 

처음은 아닐 일입니다

끝까지 남아있는 일

잊은 마음과 닮았습니다